'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기본설계 입찰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왕정홍(66) 전 방위사업청장이 경찰에 구속됐다.

29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왕 전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진행한 뒤 이날 오후 늦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구속 이유를 달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지난 25일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왕 전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보다 앞서 경찰은 지난 9월 직권남용과 변호사법위반 혐의를 묶어 왕 전 청장에 대한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 단계에서 반려됐다.

경찰은 지난 두달간 보완수사를 거쳐 이번엔 변호사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영장을 재신청해 발부됐다.

왕 전 청장은 2020년 12월 방사청장에서 퇴직 한 이후부터 최근까지 한 세무법인에서 일하며 방산 관련 정보통신(IT) 업체에 '납품을 도와주겠다'라며 2억 원에 가까운 고문료 등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또 방사청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기본설계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규정을 바꿔 특혜를 준 혐의(직권남용)로 입건돼 1년 넘게 경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KDDX 사업은 6000톤급 미니 한국형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약 7조8000억원 규모의 해군 프로젝트다. 기본설계 사업 예산은 200억 원 수준이지만, 사업권을 따내야 이후 상세설계와 1호 구축함 건조사업까지 수주하는 데 유리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왔다.

의혹의 핵심은 기본설계 입찰공고가 있기 불과 몇 개월 전인 2019년 9월 방사청 '보안사고 감점 규정' 중 일부가 삭제됐다. 이 때문에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보다 0.056점을 더 받아 사업권을 따냈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이 방사청에 제출한 군함 설계도를 빼돌린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경찰은 왕 전 청장이 이같은 내부규정 변경 과정에 위법하게 개입한 의혹에 대해 지난해 6월부터 수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8월17일 방사청 사무실과 왕 전 청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왕 전 청장을 소환조사했다.

왕 전 청장은 그동안 경찰조사에서 "특혜 제공이나 불법 자금을 받은 것은 없다"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HD현대중공업 측도 "방사청이 감점 규정을 수정한 것은 당시 다수의 방산 관련 회사가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국민권익위 권고를 받아들여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이 사건은 현재 갈등 당사자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서로 고소를 취하하면서 종결 수순을 밟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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