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청사 전경>

지난 4월 거제에서 발생한 전 여자친구 상해치사 사건의 20대 피고인 김 모 씨에 대한 첫 재판이 오늘(20일) 오전 10시50분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제206호 법정에서 열린다.

다만, 이날은 첫 공판인만큼 피고인 인정신문과 공소사실 낭독 및 인정 여부, 증인 신청 등 간단한 절차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피고인 김 씨는 지난 4월1일 오전 술에 취한채 동갑내기 전 여자친구 이 모씨 원룸에 침입해 무차별 구타를 자행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 이 씨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및 뇌출혈 등 전치 6주의 상해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 도중 10일 만에 안타깝게 숨졌다.

당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씨의 사망이 폭행과 연관이 없다는 구두 소견을 냈으나, 한달간에 걸친 정밀분석을 통해 김 씨의 구타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높다는 부검 결과를 내놨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법원은 지난달 20일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달 30일 상해치사 및 스토킹처벌법위반과 주거침입 혐의로 김 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경찰과 검찰이 초기 수사과정에서 다소 경직되고 매끄럽지 못한 처리로 호된 여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오랜 수사 경험을 가진 한 퇴직 수사관은 "수사는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이라며 "최근 시대적 정서는 과거처럼 수사기관이 '법대로만'이라는 자세론 피해자나 사건 관계인은 물론, 국민들에게 욕 먹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국민들은 수사기관이 법적 잣대에 집중하면서도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까지 공감할 수 있는 고도의 세련되고 숙련된 모습을 원하는 것 같다"며 "이로 인해 수사관들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좋은 소리는커녕 욕만 안 먹으면 다행'이라는 체념적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한편, 숨진 피해자 이 씨 유족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신변 보호 조치 개선과 가족·연인 간 폭행 등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을 요구하며 국민 동의 청원을 올린 사실이 지난 14일 언론에 공개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의하면, '교제폭력 관련 제도 개선 요청에 관한 청원' 동의는 공개 5일 만에 지난 18일 이미 5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동의청원은 청원서 공개 이후 30일 이내 5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따라서 해당 청원은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돼 앞으로 어떤 관련 법안이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유족 청원 취지는 가족·연인 간 폭행 및 상해치사 사건의 형량을 살인죄와 비슷하게 높이는 등 교제 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와 수사 방식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이 씨 모친은 청원 이유를 통해 "딸을 잃고 나서야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앞으로 어떻게 남은 자녀들을 키워 나갈 것인지 몹시도 불안하고 겁이 난다"며 "당장 분노를 가해자에게 쏟아내고 싶지만 남은 아이들을 보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달게 받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효정이는 경찰에 11회나 신고를 했지만 어떤 보호도 받지 못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가해자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가해자는 상해치사로 기소됐다"면서 "사람을 죽여 놓고도 형량이 3년 이상 징역밖에 안 돼 형을 살고 나와도 가해자는 20대"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교제폭력에 대한 수사 매뉴얼을 전면적으로 개선하라"며 "가족·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행·상해치사 범죄와 스토킹 가해자가 면식범일 경우 양형을 가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지금 당장 교제폭력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고 피해자들은 보호받을 수 있는 교제폭력처벌법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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