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낮 일운면 지세포 세일마트 앞 도로 침수 상황.  사진제공 = 거제저널 독자>

지리한 폭염 끝에 찾아온 비는 반가운 게 아니라, 무서울 정도였다. 중국 대륙을 핥고 급우회한 태풍 '풀라산'이 열대성 저기압으로 소멸되기 직전 뿌린 물폭탄은 곳곳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거제지역은 주말인 지난 21일 하루 동안 누적 강수량이 표준지 기준 350.2㎜를 기록했으며, 수양동은 일일 최대 416㎜ 폭우를 쏟아부었다.

기상청 강수 관측장비가 설치된 지역 5곳 중 능포동 양지암이 353㎜로 가장 많이 내렸다. 이어 표준지인 장평동 350.2㎜, 장목면 장목리 285.5㎜, 일운면 서이말 279.5㎜, 남부면 명사 192㎜를 각각 기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거제지역은 오후에 접어들면서 호우주의보가 호우경보로 대체되고 시간당 78.5㎜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었다.

가장 침수 피해가 컸던 곳은 수양동과 일운면 지세포 지역이었다. 수양동은 자이아파트를 중심으로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폭우가 쏟아져 주택가와 도로가 침수되면서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오후 9시가 넘어서면서 다행히 비가 잦아들고 물이 빠지면서 통행이 재개되기까지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졸여야만 했다.

일운면 지세포 지역도 폭우가 집중되면서 곳곳에 배수관 역류 등 침수가 진행되고, 해안도로도 물에 잠겨 통행이 차단됐다가 오후 9시가 넘어서야 해제됐다.

고현천도 한때 범람했다. 이에 따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신현1교를 비롯한 3곳의 다리는 모두 통행이 차단됐다.

뿐만 아니라, 사등면을 비롯한 14번 국도상의 대부분 로드박스(지하통로)는 배수시설을 총 가동했지만 침수 피해가 나 통행이 전면 차단되기도 했다.

사등면 영진자이온 아파트 단지 앞 도로에도 다량의 빗물과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차량 통행에 큰 불편을 겪었다.

시 재해안전대책본부는 오후 1시께 본부장인 박종우 시장을 중심으로 현업부서 전 직원이 비상소집돼 재난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이날 가옥 침수 및 파손 등 피해규모가 비교적 뚜렷한 30여건 등 크고 작은 피해 200여 건이 시에 접수됐으나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오후들어 유례없는 폭우가 집중되자 시는 재난안전문자를 8회 연속 실시간 보내하면서 시민들에게 적극적인 대비 태세를 주문했다. 

시는 이날 오후 11시가 넘어 현장 긴급복구가 완료된 시점에 재해상황실 가동을 해제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여름철 집중호우는 물론 이번 기록적인 폭우에도 인명 피해가 없어 크게 안도했다.

박무석 시 안전도시국장은 "피할 수 없는 자연재난에 시설물 파손은 어쩔수 없지 않겠느냐"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늠하기 힘든 기록적인 폭우에도 우리 시민들의 소중한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데 큰 다행으로 본다"고 말했다. 

거제지역은 22일에도 곳에 따라 산발적인 빗방울이 떨어지고 해안지역에는 여전히 강풍 특보가 발효중에 있어 조업중인 선박과 어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편 행정안전부에서 가동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1일 하룻동안 전국을 할퀸 역대급 폭우로 7개 시도에서 15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고 밝혔다.

이번 비로 경남 창원은 일강수량과 1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 모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21일 하루 동안 397.7㎜, 시간당 104.9㎜의 비가 내려 역대 기록을 깼으며, 이는 200년 만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9월 일강수량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21일 하루 동안 내린 비로는 부산(378.5㎜), 거제(350.2㎜) 등 경남권 지역의 역대 기록도 갈아치웠다.

전국 주요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삼각봉 770.5㎜ ▲경남 창원 529.4㎜ ▲경남 김해 431.1㎜ ▲전남 여수 400.5㎜ ▲강원 속초 388.5㎜ ▲경남 거제 350.2㎜ 등이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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