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을 호소하던 50대 거제시민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당하다 7시간이 넘어 수술 했으나 이틀후 숨지는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우려했던대로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지역 응급의료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과 함께, 추가 피해 발생 가능성까지 제기돼 주목된다.

16일 경남도와 경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6일 오전 3시께 거제시 연초면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A씨가 심한 복통을 앓고 있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A 씨는 앞서 전날(5일) 퇴근길에 갑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해 동료 승용차로 B 병원 응급실을 찾아 진통제를 맞았다. 병원은 CT, 엑스레이 촬영, 피검사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A 씨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가족들은 B 병원에 다시 연락해 진통제 부작용 가능성을 물었다. 병원은 '직접 와 봐야 알 수 있다'고 답변했다.

다음날인 6일 오전 3시께 119구급대를 불렀으나 받아줄 병원을 찾기 어려웠다. 전날 진료를 받았던 B 병원을 비롯해 거제, 진주, 부산, 창원 일대 약 10곳의 병원에 이송 요청을 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오전 4시30분이 돼서야 겨우 B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구급차로 도착해 '급성복막염' 진단을 받았으나, 수술할 의사가 없어 마냥 기다려야 했다.

B 병원측은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으려고 70분간 여러 병원에 연락을 취했지만 계속 의사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오전 6시48분께 경남도 응급의료 상황실에도 도움을 청했다.

그 사이 A 씨 상태는 혈압이 떨어지고 폐렴 증상까지 나타나면서 급격히 악화됐다.

오전 8시께 부산광역시 영도구 소재 C 병원이 수술 가능하다는 연락이 와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 이동했으나 A 씨 상태는 더욱 위중해졌다.

결국 오전 10시30분 수술을 받았지만 이미 여러 장기가 손상된 상태였다. A 씨는 이틀 뒤인 지난 8일 중환자실에서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심정지'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A 씨 유족들은 "시간을 허비한 끝에 수술을 받게 돼 아쉽다는 말을 집도의로부터 들었다"면서 " '응급실 뺑뺑이'끝에 증상이 악화돼 사망한 원통함을 어디에 호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허망해 했다.

이와 관련 경남도 관계자는 "A씨는 119 신고 하루 전날에도 복통 증세가 있어 병원을 찾았고,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현재 A씨 이송 당시 병원이 수용을 거부한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도 이송 거부 경위 등에 대해 직접 조사할지 여부를 현재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오후 A 씨와 잘 안다는 50대 회사동료는 거제저널에 전화로 "하루 전까지 건강하던 사람이 숨졌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며 "내 상식으론 복막염 정도면 제때 수술하면 그리 난이도가 높은 질환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의료계와 정부 갈등으로 인한 이송지연 때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반드시 법적 조치를 통해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데도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는 없다고 둘러대는 게 대체 제 정신인지 묻고 싶다"고 분노했다.<수정→기사보강>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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