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거제시장이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대법원 상고심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14일 오전 11시30분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 혐의로 기소된 박종우 시장에 대해 '징역 4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상고기각)했다.

이날 주심인 이 대법관은 "원심 유죄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직선거법위반죄의 성립, 진술의 신빙성 판단,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직(職)을 잃는다.

박 시장은 2021년 7~10월까지 4회에 걸쳐 30대 지인 남성을 통해 SNS 홍보 제공 등의 대가로 연인 관계였던 국회의원 지역사무소 30대 여직원에게 1차 300만 원, 2차 500만 원, 3차 400만 원 등 1200만 원을 건네고 여직원 사촌동생에게 100만 원을 각 제공한 혐의로 2022년 5월 거제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하지만 검찰(창원지검 통영지청)은 2022년 11월 박종우 시장은 불기소 처분하고, 돈을 전달하거나 받은 30대 남녀 2명만 재판에 넘겨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다.

이에 불복한 선거관리위원회는 검찰항고를 거쳐 2022년 12월 박 시장에 대해 재정신청을 제기, 부산고법 창원재판부는 6개월이 넘은 2023년 6월13일 이를 인용해 공소제기 명령에 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인 통영지원은 박 시장이 2021년 7월 1차 300만 원을 여직원에게 제공한 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 나머지 1천만 원은 무죄로 판단해 당선무효형인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박 시장은 '300만 원조차 제공한 사실이 없다'며 무죄 취지로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는 200만 원을 받았다 돌려줬다는 여직원의 최초 진술이 일관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보강증거 등에 비춰 범죄금액이 300만 원이 아닌, 200만 원으로 판단해 '징역 4월 집행유예 2년'으로 징역 2개월을 감형했으나 역시 '당선무효형'이 유지됐다.

앞서 박 시장과 공범으로 수사를 받고 기소된 30대 남성은 1심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30대 여성은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 원'이 각 확정됐다.

이번 박 시장의 '당선무효형' 확정에 따라 거제시는 부시장 대행체제로 전환되며, 거제시장 재선거는 내년 4월2일(수) 치러지게 됐다.

한편 '당선무효형'은 확정과 동시에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박종우 시장은 제10대 거제시장 명단에서 삭제된다.

다만, 그가 2022년 7월1일 시장 취임 후 진행해 온 각종 결재와 시정 운영은 '행정행위 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모두 유효하다.

박 시장은 30대부터 '미조종합건설'을 기반으로 거제지역에서 사업적 승승장구(?)를 거듭해 왔다. 그는 2019년 3월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 40대 후반에 일약 거제축협장에 당선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3년여 후인 2022년 6·1지방선거에선 당초 예상을 깨고 국민의힘 거제시장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다. 이어, 본선에서도 민주당 소속 현역 시장까지 누르고 당선되면서 최고의 '풍운아'로 떠올랐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지금껏 그를 출세로 이끈 이재(理財:재물을 유리하게 다루어 씀)가 되레 정치 운명의 발목을 잡았다.

이제 그는 선거 당선무효로 시장직이 박탈되고, 배우자는 물론 선거를 도운 30대 측근 4명까지 모조리 '돈' 때문에 유죄 처분을 받는 거제시 사상 초유의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와 함께 징역형(집행유예)의 상고심 확정으로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선거비용 보전금 전액도 반환해야 한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에선 50대 중반에 갓 접어든 그가 사실상 정계에서 퇴출되는 롤러코스터 '영욕(榮辱)'을 맛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직 정치인 A씨는 "거제시장 재선거로 인해 또 수십억 원의 혈세가 낭비되고 시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애꿎은 시민들 몫이 될 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 책임이나 결과와는 별도로, 시민들이 선거때마다 행사하는 한 표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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