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경남도청 설명회장 HD현중 관계자 잠입(?) 들통...'퇴장' 소동

한화오션(대표이사 권혁웅 부회장)은 6일 오전 10시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설명회를 열어 지난 4일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HD현대중공업(HD현중)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중앙언론사를 상대로 같은 취지의 설명회를 가졌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HD현중 직원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도 등 군사기밀 유출과 관련해 '임원급 인사'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지난 4일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국군기무사(현 국군방첩사)는 2018년 4월 불시 보안감사에서 HD현중 직원들이 2012~2015년 여러 차례 방위사업청과 해군본부 등을 방문해 KDDX 개념설계도 등 군사기밀을 '도둑촬영(도촬)'해 특수선사업부 비밀 서버에 올리는 방식으로 유출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로 인해 HD현중 직원 9명이 기소돼 1심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유일하게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한 1명이 지난해 11월29일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으면서 전원 유죄가 확정됐다.

방사청은 법원의 1심 유죄 선고 직후부터 자체예규에 따라 HD현중에 보안 감점 1.8점을 부여했다. 감점 적용 기간은 오는 2025년까지다. 

방사청은 이어 국가계약법 등에 따라 지난달 27일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여부를 심의한 뒤 '행정지도' 처분했다. 방사청은 당시 심의를 통해 대표나 임원이 개입한 정황은 아직 객관적 증거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행정지도' 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한화오션은 물론, 거제지역과 조선업계 일각에서까지 사실상 '면죄부'라는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당사자인 한화오션은 검찰 수사기록이나 관련 공무원 형사판결문 등으로 HD현중 임원의 개입 정황이 확인된다는 주장이다. 

<한화오션이 현장서 배포한 설명회 자료>

한화오션은 이날 현장 배포 설명자료를 통해 '현대중공업 직원 유죄 확정 판결문(방사청 보유)' '군사기밀 유출에 관여한 군인 또는 공무원 형사재판 증거목록-공개기록' 등을 제시하며 임원 구체적인 개입 정황을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설명을 맡은 한화오션 법무팀 구승모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경과사항과 법원 판결문 분석, 고발 취지 등 전반적인 상황을 차례로 브리핑했다.

다만, 구 변호사는 이날 설명회가 방사청의 처분을 거부하는 취지는 아니라며 '을'로서 다소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한화오션은 HD현중 직원 유죄 확정 판결문에 '비공개 서버'를 운용한 사실이 적혀있는데, 서버 운용 예산 집행에 임원 결재가 필요하므로 이를 유력한 개입 정황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또 서버를 A·B·C로 나눠 운용했는데, 보안 감사 시 네트워크를 단절하는 방법으로 일부는 가려 감사를 피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한화오션은 군사기밀을 제공한 공무원 형사재판 기록을 제시하며 HD현중 특수선사업부뿐만 아니라 '경영지원정보부'가 관여한 정황과 압수수색이 진행된 과정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화오션은 특히 '중역'이 개입했다는 진술이 있었다는 것이다. 안보지원사 특별사법경찰의 HD현중 직원 피의자신문조서에 따르면 '피의자, 부서장, 중역이 결재했습니다. 맞습니까'라는 질문에 직원은 "예"라고 답했다는 것. 이에 한화오션은 "중역은 임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라며 "개입 정황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또 울산지검 수사 당시 HD현중 직원 피의자신문조서에는 검찰이 '부서장에게 몰래 촬영한 사실을 질책받았는가'라고 물었고, 피의자 신분이던 직원이 "질책받은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화오션은 "단순히 경쟁업체라는 이유로 우리가 이렇게 주장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국기문란을 바로 잡고 K-방산의 신뢰성과 국가 안보를 세우는 원칙을 정립하자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구 변호사는 설명회 말미엔 전날(5일) 서울 설명회 직후 HD현중에서 낸 반박문에 대해 추가 반박과 입장도 간략히 덧붙였다.

HD현중은 전날 한화오션 서울 설명회 직후 "문제가 제기된 사안은 사법부의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됐다"면서 "오늘 발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거제시청 설명회장엔 지방일간지 및 통신사, 지역신문 등 취재진과 카메라 기자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거제시청에 이어 이날 오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한화오션 설명회장에선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작은 소동도 불거졌다.

HD현중 관계자가 한화오션측의 설명을 듣다가 한화오션 홍보팀 관계자에게 발각돼 중도에 쫓겨나다시피 퇴장 당했다.

이를 두고 사측 이익 실현을 위한 치열한 '장외 신경전' 측면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캥겼는지 경쟁사가 민감한 사안을 설명하는 자리에 슬쩍 끼어들어 '탐지'하는 모습이 마치 앞서 군사기밀을 도촬한 HD현중 직원들의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KDDX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HD현중에 특혜를 준 의혹으로 왕 모 전 방사청장을 수사하고 있다고 일부 매체가 보도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전 청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지난해 8월17일 오전에는 KDDX 사업 발주처인 방위사업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 이유는 사업 발주 몇개월 전 방사청이 보안사고를 낸 업체에 감점을 주도록 한 규정을 일부 바꾸거나, 점수를 수정해 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줬다는 혐의였다. 

경찰이 의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대목은 KDDX 기본설계 입찰공고(2020년 5월29일)가 있기 불과 몇달 전인 2019년 9월 방사청이 난데없이 '제안서평가 업무지침'을 바꿨다는 부분이다. 

방사청이 당초 '방첩사의 처분 통보 접수시' 최대 1.5점까지 감점하도록 한 기준을 '기소유예 처분 또는 형벌 확정시' 감점으로 변경했다.

또, 감점 적용 대상 기간도 '최근 2년 이내' 사건에서 '최근 1년 이내'로 변경한 부분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방사청 최고위간부 등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이후 이 부분에 대한 방사청의 석연치 않은 해명에도 당시 거제시민대책위나 옛 대우조선해양측은 가장 핵심적인 '짬짜미' 의혹으로 줄곧 지적해 왔다.

더구나 당시로선 정부(산업은행)가 대우조선해양을 HD현중에 매각하겠다는 발표 시점 이후였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일각에선 다분히 정치적 고려가 짙어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한화오션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조만간 사건을 별도 수사부서에 배당하거나, 현재 방사청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는 중대범죄수사과에 배당할지 여부를 검토중인 걸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에서는 HD현중과 한화오션이 형사 고발전까지 벌이는 배경을 놓고 특수선 사업에 특화된 국내 군함 부문 '빅2' 체제의 피할수 없는 한판 대결로 보는 견해도 있다.

방사청은 오는 10월께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총 7조8000억 원 규모의 KDDX 사업 관련 상세설계 및 선도함 입찰을 발주할 예정이다. 앞서 개념설계는 대우조선해양이, 기본설계는 현대중공업이 맡았다.

HD현중은 보안 감점을 받았으나,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까지 맡는 것이 업계 '관행'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옛 대우조선의 개념설계도 등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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