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동자들이 거제시 장승포동 거제문화예술회관 내 평화의 소녀상 옆에 '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을 전격 건립하고 있다>

- 민주노총 "대일(對日) 역사 정의 실현" "거제시 친일 반민족 결정 규탄"
- 향후 노동자상 철거·존치 놓고 물리적 충돌·법적 분쟁 우려   

거제시와 건립추진위원회가 1년 가까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이 28일 오후 거제시 장승포 문화예술회관 내 '평화의 소녀상' 옆에 전격 설치했다.

이날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가 주관하는 '거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 부·울·경 노동자 결의대회'가 오후 1시30분부터 문화예술회관 인근 도로에서 열렸다.

이들 중 20여 명은 미리 준비한 듯 대형 크레인을 동원해 트럭에 실린 표지석과 노동자상을 차례로 '평화의 소녀상' 옆으로 옮겨 설치하는 작업을 기습적으로 진행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일본 제국주의에 고통받은 역사를 기억하고 대일 역사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강제징용 노동자들을 실어 보내던 거제 장승포항 부근에 노동자들의 힘으로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괴한 이유를 들어 지금까지 노동자상 건립을 불허해 온 거제시의 친일반민족 결정을 강력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노동자상 표지판엔 "일제는 장승포항을 통해 노동자들을 일본, 중국, 남태평양 등으로 강제징용했다. 우리는 강제징용으로 인간의 존엄이 짓밟히는 고통스런 삶을 겪어야만 했던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기억한다. 우리는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고 다시는 인간의 존엄이 짓밟히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거제시민의 뜻을 모아 이곳에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세운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처럼 민주노총이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을 시 소유 부지에 일방적으로 세움에 따라 향후 거제시 대응도 주목된다.

공공조형물 건립은 '거제시 공공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노동자상 건립 강행 소식을 듣고 "법률적 검토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노동자상 건립과 철거를 두고 거제시와 추진위·노동단체가 법적 분쟁과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앞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는 거제문화예술회관 내 평화의 소녀상 옆에 노동자상을 건립하는 안건을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에 걸쳐 두차례 제출했다.

그러나 거제시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4월 지역시민 반대 등을 이유로 모두 부결처리 했다. 

이에 거제건립추진위가 크게 반발하면서 이미 제작된 노동자상이 실린 트럭을 거제시청 주차장 한켠에 세워두고 정문 앞에서 매일 규탄집회를 이어왔다. 

최근엔 민주노총 각 지역본부에서도 연일 거제시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등 노동자상 건립 갈등이 확산되는 모양새였다. 

<거제시청 주차장 한 켠 트럭 위에 있던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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