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장 '당선무효'로 내년 4월2일 치러지는 재선거 비용이 약 15억 원으로 나타났다.

거제시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이금진·통영지원 부장판사)는 내년 4·2거제시장 재선거 경비로 14억9800여만 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거제선관위는 지난달 말 준비실시 경비로 거제시에 해당 금액을 납부할 것을 통보했다. '준비실시' 경비란 선거관리, 홍보, 투표소 운영 등에 소요되는 경비를 뜻한다.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국가에서 치러는 선거는 국가가 전액 부담한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전액 해당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결과적으로 거제시는 시장 당선무효로 4개월간 시정 공백에 더해, 경기 침체로 하루하루가 팎팎한 시민들의 피땀이 스민 혈세 15억 원을 안해도 될 '재선거'로 날리게 됐다.

그런데도 이런 현실을 초래한 책임에 대해 정당 차원에서 공식 사과는 없었다. 더구나 이같은 행태를 마땅히 지적해야 할 지역언론 역시 그같은 논조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민의힘 한 50대 여성 당원은 "잘못됐다고 본다. 내년 재선거를 위해서라도 생각이 많이 짧아 보인다"라며 "모든 걸 알고 있는 시민들은 지금 말을 안 할 뿐이다.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인정해야 다시 표를 달라고 할 것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현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무소속을 가리지 않고 출마 의향을 밝힌 이들은 줄잡아 20명 가량이다. 이들은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최근 여기저기서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출마 예비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15일 비상대책위원장이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우리당 유책 지역구 재보궐 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또 국민의힘 당규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보궐선거가 발생한 경우 당해 지역구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국민의힘 거제당협위원장(경남도당위원장)인 서일준 국회의원도 거제저널은 물론, 다른 지역언론을 통해 "공천 여부는 중앙당에서 결정하며 아직 정해진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앞으로 국민의힘 공천 여부가 어떻게 될지 속단하기엔 이르다. 공교롭게도 내년 4월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 4곳(거제시·충남 아산시· 경북 김천시·서울 구로구)의 전임 단체장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 시장·구청장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진보당 거제지역위와 거제경실련 등은 "거제시민들에게 일말의 죄책감이 있다면, 국민의힘은 시장 재선거에 후보 공천을 하는 어리석은 결정은 하지 말라"거나 "여야 모두 재보궐 선거의 귀책사유 시 후보 공천 배제"를 촉구했다.

또 지난 25일부터 한 지역노동연구소장은 거제시청 앞에서 '국민의힘 거제시장 재선거 불출마 선언'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국민의힘 일각에선 일찌감치 자기세력을 특정 출마예상자 측에 보내 각종 지역행사 '얼굴 알리기' 수행에 나서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지역 정치권 주변에선 이를 두고 "자숙하는 모습은 커녕, 벌써부터 세력을 규합해 특정후보를 지원하는 행태는 시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는 거센 비판이 나온다. 거제당협 주류 측도 당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특정 출마예상자를 지원하는 행보를 마뜩잖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도 내홍이 만만치 않다. 앞서 '중앙정치 집중' 발언을 번복하고 최근 출마를 선언한 전임 시장에 대해 경쟁후보 5명의 반발성 기자회견이 오는 4일 오전 11시 거제시청에서 열린다. 당 일각에선 "경쟁 후보들이 할 말은 분명히 하되, 파국은 절대 안된다"며 분열 위기감 우려도 일부 엿보인다.  

그런가하면 일찍부터 이미 당 공천과 상관없이 나서는 출마 예상자들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소위 '정치 체급'이나 '네임 밸류(이름이 세상에 알려져 있는 정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도 다분히 읽힌다.

이와 함께 정치경력이 많은 일부 인사는 향후 국민의힘이 '무공천'으로 나가고, 민주당도 '지리멸렬'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이들은 무소속이 난립할 경우 개인적 지명도를 활용한 득표 전략으로 나가면 승산이 없지 않다는 복안을 갖고있어 적잖은 관심이 쏠린다. 

한편 내년 4·2 재선거는 오는 20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내년 3월13~14일 후보자 등록, 3월20일~4월1일까지 선거운동 기간이다. 사전투표는 3월28일(금)과 29일(토) 양일간 진행되며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 가능하다. 본투표는 4월2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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