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호송차 뒷 좌석에 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새벽 구속됐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건 헌정사 최초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전날(18일)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에 대해 오후 2시부터 6시50분까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이어, 영장 검토에 들어간 차 부장판사는 약 8시간만인 19일 오전 3시께 "범죄가 소명됐고,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구속) 등과 공모해 지난달 3일 밤 10시25분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내란)을 일으킨 혐의로 지난 15일 오전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됐다.

이날 윤 대통령 구속은 공수처 영장 청구 단계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통상 구속의 필요성에는 범죄의 중대성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

'야당 경고용'이나 '장난같은 2시간짜리 계엄'이라는 윤 대통령 측 말대로 '전시나 사변,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 발령해야 하는 초헌법 조치인 12·3 비상계엄을 갑자기 발령해 친위 쿠데타를 시도한 범죄의 중대성은 잘 알려져 있다.

또 3회 이상의 공수처의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이에 따른 체포영장 집행에도 응하지 않다가 끝내 체포된 점, 청와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계속 거부했던 점, 공수처의 조사에 묵비권을 행사한 점 등이 모두 윤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더구나, 내란의 주요임무 종사자인 국방장관과 육참총장, 방첩·특전·수방사령관 등 장성, 경찰청장·서울청장 등 공범 10명이 이미 구속 기소된 점도 수괴(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의 구속 필요성을 강화시킨 요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윤 대통령 변호인들의 패착을 지적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들 변호인들은 최근 공수처 수사와 이에 따른 법원 관할 등을 집요하게 문제 삼았으나, 단 한건도 성사되지 못하고 법원에 의해 배척 당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변호인은 사법절차 무시 발언, 법관·법원 좌경화 매도 등 불필요한 언동도 윤 대통령 구속 판단에 불리한 정황이 됐다는 지적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구속영장에 확신범에다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은 물론, 다시 석방할 경우 제2, 제3의 계엄 시도 등 '재범 위험성'을 구속 필요 사유로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구속적부심'과 '기소 전 보석' '보석' 등 일련의 법적 절차를 모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특단의 사정 변화가 없는 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 일반적인 견해다. 

이제 윤 대통령은 향후 20일간 구속 기간을 거쳐 재판에 넘겨지게 된다. 따라서 이번 형사 구속과 별도로, 속도를 내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헌법위반' 여부에 대한 결정 시기도 다소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차기 대선 일정도 예상보다 일찍 확정될 공산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 앞에서 밤생 농성 중이던 일부 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청사에 난입해 유리창을 깨는 등 난동을 벌여 경찰이 50여 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일제히 비명을 지르고 오열하는 가운데, 흥분한 일부 지지자들은 경찰의 제지를 뚫고 법원 청사에 난입해 유리창과 기물을 마구 파손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8일 저녁 6시56분께 윤 대통령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던 공수처 검사를 비롯해 관계자들이 탄 차량이 서울서부지법을 빠져나오던 길에 尹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크게 파손됐다.

시위대는 길을 가로막고 "공수처 차량"이라는 외침과 함께 순식간에 에워싸고 차를 흔들어댔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 차량은 유리가 깨지고 타이어에 구멍이 났으며 차체에 금이 가는 등 훼손됐다.

또 공수처 수사관 1명이 이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옷이 찢어지고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공수처 차량을 파손하고 수사관들에게 폭행·위협을 가한 尹 지지자 10명을 현행범 체포했다. 공수처는 이들을 엄중히 처벌해 줄 것을 경찰에 촉구했다.

이와 함께 지난 18일 낮에는 윤 대통령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지던 서부지법 청사 담장을 넘던 尹 지지자 13명도 현행범 체포해 마포경찰서로 연행해 조사중이다

서울경찰청은 수사부장이 지휘하는 수사전담반을 꾸려 18~19일 이틀간 체포한 시위대 90명을 18개 경찰서에 분산 수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 등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법원 청사를 공격한 초유의 불법행위에 대해 폭동, 소요죄 검토와 함께 폭력을 부추킨 일부 극우 유투버 등 배후세력까지 철저히 수사해 전원 구속수사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도 "법치주의와 사법 체계를 전면 부정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검사 9명과 신동원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수사전담팀을 구성하고 "주요 가담자들을 전원 구속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제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1월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서영천 대표기자  gjjn3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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